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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에서 자주 듣는 질문

간호사가 본 병원 속 여성 건강 인식의 현실 – 현장에서 느낀 진짜 이야기

by roselife3161 2025. 7. 22.

“여성 질환은 부끄러운 병이라 생각했어요.”
저는 간호사로서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며 이런 말을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특히 부인과 진료를 받는 여성 환자분들 중에는 본인의 몸 상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질환을 숨기고 견디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의료 환경은 점점 개선되고 있고,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지만, 여전히 병원 속 현실은 여성 건강에 대한 인식이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자주 체감합니다.
이 글에서는 간호사로서 실제 현장에서 느낀 여성 건강 인식의 현주소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의학적 설명보다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매일 반복되는 진짜 상황들을 토대로,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여성 건강의 의미를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 병원은 여성 건강에 익숙한 공간이지만, 여성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간호사로서 병원에서 일한 지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부인과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여성들이 긴장하고 어색해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병원은 진료가 일상이지만, 환자에게는 그 진료실이 처음이거나, 매번 낯설게 느껴지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성 건강과 관련된 진료는 대부분이 신체 노출을 동반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훨씬 높게 느껴지는 게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기 위해 진료실에 들어온 20대 환자분이, 검사 도중 갑자기 눈물을 보이며 “이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였는지 몰랐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그분이 어떤 질환이 있었는지보다, 그 검사 자체를 견디는 과정이 얼마나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는지에 더 마음이 쓰였습니다. 여성 환자분들은 검사를 받는 순간뿐 아니라, 병원이라는 공간 자체에 스스로를 억누르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만들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의료진과 간호사조차 여성 건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일부 내면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의료현장에서는 “그 정도는 흔한 증상이에요”라고 간단히 말하면서 환자의 감정과 불안을 충분히 살피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은 건강을 다루는 전문 공간이지만, 여성이 그 안에서 심리적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의료기술이 아닌, 공감력과 배려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진료 현장에서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에 ‘죄책감’을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저는 가끔, 여성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이나 건강 상태를 말하면서 “제가 뭘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걸까요?”라는 질문을 하는 경우를 접합니다.
예를 들어 질염이나 방광염 같은 흔한 감염성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도 “제가 관리를 못 한 거죠?” 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건 아닌가요?”와 같은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이러한 표현들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자신의 몸 상태를 ‘잘못된 결과’로 받아들이는 내면의 죄책감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간호사로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몸이 아픈데도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하는 환자를 만났을 때입니다. 어떤 환자분은 성관계 후 분비물의 변화와 통증을 6개월 넘게 참고 지내다가, 결국 염증이 심해져 입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창피해서 병원에 올 용기가 안 났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질환보다 더 걱정스러웠던 건 그분이 스스로를 탓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성 질환은 개인의 탓이 아닙니다. 누구나 생리 불순이 있을 수 있고, 누구나 호르몬 변화로 인한 증상을 겪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여성의 건강 문제를 ‘관리 부족’이나 ‘방심’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병원 현장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환자의 표현을 더욱 위축시키고, 조기 발견의 기회조차 놓치게 만듭니다.

간호사로서 저는 환자에게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 믿습니다. 여성의 몸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그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숨기기보다는, 그 변화에 솔직해지는 것 자체가 건강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여성 건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병원 속 여성의 모습
간호사가 본 병원 속 여성 건강 인식의 현실 – 현장에서 느낀 진짜 이야기

✅ 여성 건강은 ‘증상’보다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부인과 병동에서 근무할 때, 저는 한 가지 흥미로운 패턴을 자주 경험했습니다. 같은 질환으로 내원한 환자들 중, 남성 보호자를 동반한 여성일수록 진료와 치료 결정 과정이 더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보호자의 존재 때문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이 있을 때 여성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더 진지하게 인식하는 경향 때문이었습니다.

반대로, 혼자 내원한 환자분 중 일부는 “이 정도로 병원을 오면 민폐 아닌가요?”라며 본인의 고통을 과소평가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여성 건강은 여성이 먼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많은 분들이 ‘참는 것’을 건강 관리의 일부처럼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간호사로서 제가 매일 보는 현실은 이렇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증상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넘기며 병원을 찾지 않거나, 검진을 미루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괜찮을 거야”, “참아야지”, “누구나 겪는 일이니까”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은 결코 타인의 기준에 맞춰 관리되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여성 건강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병원은 병이 생기기 전에 가는 곳이고, 몸의 신호를 확인하는 곳이며, 무엇보다 나를 돌보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간호사로서 저는 그런 병원이 되도록 환자를 맞이하고, 설명하고, 귀 기울이는 일을 매일같이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여성 건강을 ‘치료’ 중심이 아닌 ‘예방’과 ‘이해’ 중심으로 바라보게 되는 날, 병원이라는 공간도 훨씬 더 따뜻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 결론

병원에서 마주한 여성 건강의 현실은, 단순히 의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과 감정, 그리고 경험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이야기입니다. 간호사로서 저는 매일같이 그 복잡한 마음을 마주하며, 단지 증상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는 일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됩니다.

이 글이 여성 건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병원은 아파서 가는 곳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연습을 배우는 곳입니다.
여성의 건강은 내 몸을, 내 삶을, 내 존엄을 지켜내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부디 ‘참지 말고, 늦지 않게’ 병원에 오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