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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간호사가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

by roselife3161 2025. 7. 18.

10년간 병원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예비 간호사들과 마주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요”였습니다.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 병원은 낯설고 어렵고, 때로는 차갑게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간호학과 학생과 신입 간호사에게는 막막하고 버거운 현실의 첫 걸음이기도 합니다.
이 블로그는 제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와, 환자들에게 자주 들었던 질문, 그리고 후배 간호사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조언들을 기록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간호사로서의 실제 경험과 의료 현장에서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따뜻하고 실용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이유입니다.

 

10년차 간호사가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
10년차 간호사가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

🟣 1. 왜 간호사는 말보다 행동으로 말해야 하는 직업인가요?

간호사로서의 10년 동안 저는 말보다 행동이 먼저여야만 했던 순간들을 수없이 마주했습니다. 환자는 아프고 불안한 상태에 있고, 보호자는 그 누구보다 예민해져 있습니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논리적인 설명이 아니라, 빠른 판단과 신속한 실천이었습니다. 어느 날 야간 근무 중,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를 마주쳤습니다. 당시 새벽 2시였고 의사는 외래진료 후 잠시 휴식 중이었습니다. 저는 환자의 얼굴빛과 호흡 패턴을 보고 바로 산소포화도 측정을 시작했고, 주치의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조치를 요청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내가 머뭇거렸다면, 환자는 더 큰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릅니다.

간호사의 하루는 '무엇을 어떻게 설명하느냐'보다 '무엇을 즉시 해내느냐'로 평가됩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서 공유하려는 정보도 단순한 이론이나 책에서 배운 지식이 아닌, 현장에서 수없이 겪은 실제 사례입니다. “NPO 상태에서 수액 맞을 수 있나요?”, “수술 후 몇 시간 뒤에 물 마셔도 되나요?” 같은 질문들은 매일 반복됩니다. 저는 이런 질문에 단순히 “의사 지시에 따르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지시가 필요한지, 어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인지 직접 설명해주는 간호사가 되고자 했습니다. 이 블로그를 통해 그런 맥락과 실전적인 감각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 2. 병원은 왜 환자보다 보호자가 더 긴장하는 곳일까요?

제가 가장 많이 본 장면 중 하나는, 환자는 오히려 담담한데 보호자가 옆에서 오히려 더 불안해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처음 들어올 때, 보호자분들이 겁먹은 눈으로 제게 묻습니다. "이건 괜찮은 건가요?", "지금 이거 위험한 건가요?", "이제 뭘 해야 하죠?" 이럴 때 간호사는 의사보다 더 먼저 보호자와 소통하는 첫 번째 의료인입니다. 저는 그 사실의 무게를 매번 느낍니다.

병원은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공간입니다. 수많은 의료용어, 복잡한 동선, 매서운 공기, 그리고 반복되는 대기. 환자는 아파서 힘들고, 보호자는 모르는 정보에 더 무기력함을 느낍니다. 저는 이 블로그를 통해 보호자 입장에서 병원을 미리 체험하고 대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병원 입원 시 꼭 챙겨야 할 준비물, 보호자가 지켜야 할 에티켓, 의료진과 원활한 소통을 위한 팁 등,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장면을 바탕으로 글을 쓰겠습니다.

보호자는 때때로 '환자의 외부두뇌' 역할을 해야 합니다.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의료진의 설명을 다 듣지 못할 때, 보호자는 그 자리를 대신 채워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병원을 찾게 되는 보호자들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 블로그에서 그 빈틈을 조금이나마 채우고 싶습니다. 보호자의 마음으로, 또 간호사의 시선으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전하겠습니다.

 

🔵 3. 후배 간호사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간호사 그만둘까 고민 중이에요.”
이 문장은 제가 후배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입니다. 10년 전 제 모습도 그랬습니다. 첫 병동에 배치받았을 때, 나는 지식은 많았지만 현장은 전혀 다르게 돌아갔습니다. 교과서에서는 배운 적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환자와 보호자의 감정, 간호사 사이의 분위기, 의사와의 협업 등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 있었습니다. 저는 매일 퇴근길마다 눈물이 났고, 6개월을 버티기도 버거웠습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오면서 저는 간호사가 되는 데 필요한 건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마음의 내공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버티는 힘, 비난을 받아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자존감, 동료 간호사와의 신뢰,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따뜻함을 잃지 않는 태도. 이런 것들이 진짜 간호사의 자산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블로그에 그런 이야기들도 담으려 합니다. 정답을 주는 글이 아니라, 공감과 지지를 전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예비 간호사와 신입 간호사들이 이 블로그를 통해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간호사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조언과 팁도 함께 나누겠습니다. 저는 이 길을 돌아보며 가장 크게 배운 것이 있다면, '의료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마음'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블로그가 그 따뜻함을 담은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